한승원의 글쓰기 교실
교과서로 쓰이면 좋을듯한 책. 한승원의 글쓰기 교실.
전자 기기를 사면 작동 방법을 알려주는 메뉴얼이 들어 있죠?
‘제품 상단 우측의 버튼을 1초간 눌러 전원을 켜세요.’
‘너무 덥거나 습한 곳에 보관하면 고장 날 수 있습니다.’
저는 사실 메뉴얼을 잘 보지 않습니다.
아주 복잡한 제품이라면 모를까,
버튼 누르면 켜지고, 물에 넣으면 고장나는건 보편적인 일이니까요.
한승원의 글쓰기 교실을 읽으며, 참 잘 쓰여진 메뉴얼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릴적 국어 시간에 배웠던 일기 쓰기, 편지 쓰기 요령등을 자세히 설명해 줍니다.
백과사전 투의 글은 아무리 매끄럽게 다듬고 수식어들을 동원하여 치장을 해도,
생명이 없는 ‘기술하는 문장의 글’ 일 뿐이다.비유법에서 직유법은 연결고리를 붙이고, 은유법은 연결고리를 생략한다.
소화하기 벅찰 만큼 큰 주제 보단, 부담 없는 정도의 주제를 다룬다.
이런식으로 말이죠.
하다못해 독후감 쓰는 요령도 들어있어요.
알찬 독후감을 쓰기 위해서는
1. 책의 제목과 지은이의 이름을 밝힌다.
2. 그 책을 선택하게 된 동기나 읽게 된 배경을 적는다.
3. 그 책이 담고 있는 줄거리를 쓴다.
4. 그 책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적는다.
라고 나와있네요.
누구에게 그 책을 팔기 위한 홍보글 이라면,
맛보기로 줄거리를 넣겠지만,
제가 읽은 책에 대한 감상을 쓸 땐 줄거리를 생략하는 편입니다.
대신 인상 깊게 읽은 구절을 몇 마디 소개하는 편이에요.
그리곤 지극히 주관적인 성격의 감상문을 쓰죠.
객관적인 글은 신문 기사나 뉴스에서 충분히 다루잖아요? 하하.
그리고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뱀장어에 대한 인용글입니다. 쌩뚱 맞죠? ^^;
뱀장어가 산란을 위해 바다로 갈 때가 되면 몸에 지방이 축적되고, 가슴 지느러미와 눈이 상당히 커진다.
몸에 지방을 축적하는 것은 산란장 까지 먼 거리를 먹지 않고 가기 위하여 에너지를 모으기 때문으로 불 수 있다. 가슴 지느러미가 커지는 것도 먼 거리를 이동하는 거와 연관된 것으로 판단된다.
일반적으로 밝은 곳에 사는 동물은 눈이 작고, 어두운 곳에서 사는 동물은 눈이 큰데 산란 회유를 하는 뱀장어의 눈이 커지는 것도 어둡고 깊은 물속에서 살기 위한 적응으로 보인다.
바다에서 자라고 민물에서 산란하는 연어류는 한 어미가 수천개 밖에 알을 낳지 않는데 비하여, 뱀장어는 인공 산란 결과 수천만개의 알을 낳는 것으로 밝혀졌다. 바다에는 적이 많아 헤엄을 잘 치지 못하는 알이나 어린 치어는 쉽게 적에게 잡아 먹힌다. - 이태원의 <뱀장어 생태의 수수께끼> 중에서
글쓰기 교실에서 소개하는 창작 방법중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동화 쓰기였어요.
현실과 동화적인 현실의 조화가 중요 하다는 부분에 공감이 갑니다.
저는 판타지에 관심이 많은데, 판타지도 동화의 일종이라고 생각하거든요.:D
동화를 쓰려는 사람은 먼저 현실과 동화적인 현실을 분별 할 줄 알아야 하고, 또 그 두 현실을 분별하지 않고 한데 버물러 현실화 시킬 줄 알아야 한다.
동화를 쓸 땐 중문을 피하고 단문을 써야 한다.
한승원의 글쓰기 교실.
글을 쓰긴 써야겠는데 한 줄을 쓰기도 벅차다면,
또는 정해진 형식의 글을 쓰는 요령이 궁금하다면,
도움이 되는 설명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