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강 자전거 종주
충주댐에서 팔당역까지. 남한강 자전거 종주.
자전거 뒤에 짐을 잔뜩 싣고 충주행 새벽 버스를 기다린다.
남한강 코스는 인기가 좋아서인지 함께 기다리는 자전거가 무려 여덟대나 되었다.
‘이번 충주행 버스에 이 많은 자전거를 다 실을 수 있을까?’
다행히 버스 화물이 없어서, 자전거 여덟대 앞바퀴를 빼고 차곡차곡 쌓아 싣고 충주로 출발했다.
버스 터미널에서 바퀴를 끼우고, 짐을 싣고 오전 열 시에 남한강 종주를 시작!
탄금대 풍광이 좋아 이대로 멈춰 서고 싶은 마음도 잠시 들었지만,
페달을 밟다 보면 다시금 멋진 순간을 맞이하리라.
탄금대에서 충주댐 인증센터까지는 길이 잘 되어있는 편이다.
중간에 팔당 쪽으로 길을 잘못 들어 돌아가긴 했어도 대체로 순조로웠다.
그러나 충주댐에 거의 다 도착할 즈음 언덕이 시작되었고,
허벅지가 뻐근해질즘에 충주댐 정상에 도착했다.
‘충주댐 구간이 제일 힘들다지?!’
남한강 종주를 시작하기 전에 읽은 몇몇 후기에서 가장 어려웠다는 구간을 지났더니 마음이 가볍다.
이젠 탄탄대로를 달리기만 하면 되는 건가?!
길은 편한데 햇볕이 너무 뜨겁다.
배도 채우고 몸에 열도 식힐 겸 온달마루라는 식당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시원한 에어컨 바람 쐬고 한우 육회 비빔밥 한 그릇 먹으니 힘이 좀 난다.
비내섬 인증센터를 향해 달려볼까?
대체로 탄탄대로~
그러나.
인증센터에 다다를 즈음 되니 언덕이 시작된다.
충주댐 오를 때만 힘든 게 아니었다.
인증 센터 사이에 오르막이 하나씩은 꼭 있다.
비내섬 인증센터에서 강천보 가는 구간에 창남이고개는 경사가 아주 심한 편은 아니지만 길고 지루하다.
야영하면서 그늘막 좀 쳐보겠다고 30cm 펙을 왕창 들고 왔는데, 다 버리고 나무젓가락이나 넣어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솟구치는 구간.
창남이고개.
이런 고개를 한 해에 백번 정도만 넘어도 다리가 백만 불짜리 되겠다는 생각도 든다.
초원이 다리처럼.:D
창남이고개를 지나 내려오면 오른편에 매점이 하나 있는데,
물건 가격도 착하고 시설이 깨끗하여 잠시 쉬어가기 좋다.
드디어 강천보!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올라가야 하는 구간이다.
아마도 급경사에 급커브가 합쳐져서 위험하여 그런듯한데, 나무판을 너무 지나치게 박아놨다.
좀 힘들어도 타고 올라가는 게 나은데, 짐을 잔뜩 싣고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려니 팔이 부들부들 떨린다.
강천보 인증센터를 조금 지나오면 작은 약수터가 나오니,
물통이 비었다면 여기서 충분히 채워가는 것이 좋겠다.
여주대교까지 가는 길에 은모래유원지는 자전거길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이 많고,
사람들이 북적여 주의하면서 가야 한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탈것을 타다가 중앙선을 갑자기 넘어오는 경우도 있고, 역주행하기도 하니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혼돈의 은모래유원지를 지나, 잠시 여주축산농협 하나로마트에 들러 저녁거리를 샀다.
아무래도 한밤중에나 도착할 것 같으니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것들로.
마트에서 동네 아저씨 한 분이 안줏거리를 사러 오셨다가 자전거 여행을 꿈꾼다 말씀하신다.
힘은 들겠지만 그래도 자전거로 여행하고 싶으시다며.
“가다가 힘들면 쉬고, 경치 좋으면 앉고, 어쨌든 가다 보면 목적지에 도착하는 거 아니에요?”
“네 그럼요. 좀 천천히 가면 어때요. 쉬엄쉬엄 즐기며 가는 거죠~”
장을 다 보고 각자 갈 길을 갔지만,
어쩌면 자전거 여행길에 또 마주칠지 모르는 일이다.
꽃이 만발했다.
이런 길은 걸어서 여행하는 것도 좋겠다.
걷기 좋은 데선 걷고, 삭막한 길에선 자전거를 타고.
자전거와 도보여행을 함께할만한 자전거가 있다면 어떨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달리다가 불현듯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배가 고픈데. 야영장에 도착하면 후딱 짐부터 정리하고 밥 먹어야지. 음식은 충분하니까.
아, 근데 부탄가스랑 라이터를 안 가지고 왔잖아?!
마트에서 장 볼 때 깜빡 잊었네. 가는 길에 가게가 있을까??’
다행히 여주보 인증센터 근처에 편의점이 하나 있다.
여기에서 필요한 물건을 모두 구하니 마음이 놓인다.
이제 오늘의 종착지까지 얼마 안 남았다~
오늘의 종착지. 이포보 웰빙 캠핑장.
한 달 전에 대기 순번을 받아두었는데, 출발 이틀 전에 자리가 나서 운 좋게 예약했다.
우선 짐 정리를 간단히 하고 늦은 저녁을 먹었다.
크림 파스타와 샐러드에 가볍게 맥주도 한잔.
시장이 반찬이라고.
면발이 퉁퉁 불었지만 그래도 맛있다.
그러나 이날 캠프장 분위기는 꽝이다.
한 팀은 애 하나가 계속 소리를 질러대는데 부모가 아이를 돌보지 않는다.
근처에 자리 잡은 한 팀은 새벽까지 술 마시면서 큰 소리로 떠든다.
대부분은 조용히 캠핑을 즐기고 가는데, 딱 몇 팀이 전세 낸 듯 난리다.
‘그래도 온종일 달려서 피곤하니까 자야지.’
겨우 잠이 좀 들려던 찰나, 시끄럽게 떠들던 사람 중 하나가 텐트를 퍽! 소리 나게 쳐서 잠이 달아났다.
“누구세요?”
슬리퍼 신은 발은 입구에 서서 기웃대더니, 미안하다는 소리도 없이 후다닥 도망을 간다.
이런 신발.
주먹이 쥐어진다.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해는 뜨고....
일어나서 텐트를 뒤집어 말리며 짐을 정리하고 하루를 시작한다.
이포보 전망대는 이포보 웰빙캠핑장 코앞이다.
많은 사람이 스탬프를 못 찾는데,
전망대에 들어가면 보이는 데스크 한편에 이포보 인증도장이 있다.
그리고 도장을 꼭 전망대에서 찍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자전거길을 따라가다 보면 익숙한 빨간 상자가 보이니 말이다.
두 곳 모두 도장은 똑같다.
자. 본격적으로 시작이다.
이포보 인증센터부터 개군 레포츠공원까지 달리는 길 풍경이 유독 마음에 든다.
길마다 걸려있는 오디 막걸리 현수막이 자꾸 눈길을 잡아끌지만,
아침부터 막걸리는 좀 그래서 외면하고 달렸더니 계속 아쉬움이 남는다.
개군 레포츠공원을 지나면, 최후의 언덕이다.
후미개고개!
경사가 12도라는데 왜 이리 힘든지.
대부분 앉아서 시간을 보내서, 체력이 달리나 보다.
‘아무래도 30cm 펙은 네 개만 들고 다닐까 봐.’
비록 오를 땐 힘들어도 내리막은 시원하다.
‘이제 고개는 더 없겠지?’
양평 옥천 냉면에서 산삼주로 에너지를 보충하고 팔당까지 팔팔하게 달렸다.
북한강 생각하고 남한강 왔더니 힘들긴 했지만, 자전거 도로가 잘 된 편이라 위험은 없었다.
후미개고개 근처 경치가 좋던데, 근처 살면서 자전거로 고개 좀 넘어다니면 운동 되고 좋겠다.: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