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 자전거 종주
강변을 따라 담양에서 목포까지. 영산강 자전거 종주.
새벽 6시. 영산강 종주를 위해 인천에서 첫 버스를 타고 광주로 향했다.
우등 버스는 짐칸 공간이 넉넉해서, 자전거를 싣는 데 무리가 없다.
자전거를 옆으로 뉘여서 짐칸 하나를 다 차지했다.
만약 다른 화물이 많다면 자전거를 싣기가 만만치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대중교통 점프를 이용한 자전거 여행엔 접이식 자전거가 편리하겠다.
광주에서는 버스를 한번 갈아타는데, 영산강 종주 길의 시작점에서 가까운 곳은 금성이라는 마을이다.
담양을 거쳐 순창을 가는 중간에 금성에 선다.
이 버스는 짐칸이 좁아서 자전거를 넣고 빼는 데 애를 먹었다.
아무튼, 내려서 담양댐 인증센터를 향해 달린다.
담양댐 인증센터 주변에서 아침 겸 점심을 먹으려고 마음을 먹었다.
근처엔 매점 하나와, 아침으로 먹기엔 부담스러운 요리를 파는 식당이 몇 개.
백반 파는 식당을 찾아 간단히 밥을 먹고 영산강 자전거 종주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담양 메타세쿼이아 길은 자전거로 지나가지 못한다.
끌고 가는 것도 안된다고 하니, 메타세쿼이아길은 다음에 와서 걷기로 하고 계속 길을 달린다.
영산강 종주를 하루에 끝내는 사람도 많지만, 나는 여유로운 여행을 하기로 했다.
기왕 멀리까지 왔으니 여기저기 둘러보고, 맛있는 것도 먹으며 여행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담양에선 죽녹원을 들러 몇 시간 동안 천천히 둘러보고 숙소를 잡은 창평으로 향했다.
창평으로 향하는 자전거길은 위험하다. 차가 쌩쌩 달리는 29번 국도를 지나야 하기 때문이다.
자전거는 갓길로 위태롭게 달리고, 차들은 아슬아슬하게 자전거 옆을 지나쳐 간다.
이 구간을 지날 때 워낙 긴장을 해서, 국도를 빠져나오니 목이 뻐근하고, 급속도로 피곤해졌다.
국도를 빠져나와도 창평까지는 도로를 따라 한참을 달려야 하는데, 왕복 2차선의 좁은 도로라 위험하다.
창평에 도착하니 진이 다 빠졌지만, 연잎 떡갈비 돌쇠정에서 맛있는 떡갈비를 먹고, 소나무 언덕 민박에서 푹 쉬었더니 피로가 풀렸다.
다음 날 아침엔 일찍 길을 나섰다.
다들 느지막이 일어나서 휴일을 시작 할테니 아침 이르게는 도로에 차가 별로 없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예상이 틀리지 않아서, 창평면에서 29번 국도를 빠져나오기까지 전날에 비해 수월했다.
자전거 도로로 진입하니 마음이 놓인다. 확실히 안전한 기분이다.
승촌보까지 길은 주변 경관이 밋밋해서 좀 지루한 감은 있었지만 도로가 잘 닦여서 수월하게 달렸다.
그런데 승촌보 인증센터 무렵에서 잠시 헤매는 일이 생겼다.
다리를 건너가야 하는데, 설명이 잘 되어 있지 않아서다.
여러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주위를 맴돌며 빨간 박스를 찾아 헤매지만, 눈에 띄지 않는다.
승촌보 인증센터에 가려면 다리를 건너 영산강 문화관으로 가면 된다.
영산강 문화관 건물 바로 앞이 인증센터다.
승촌보를 지나 얼마 안 가서 징검다리를 만났다.
자전거를 끌고 징검다리를 조심조심 건너면서 자전거 여행의 재미를 만끽했다.
나주에 들러 나주곰탕 하얀집에서 수육 곰탕을 먹고, 한국 천연염색박물관에서 염색체험을 하고는 해가 지기 전에 죽산보를 넘는다.
숙소가 있는 공산면 도로가 한산하다.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장을 봐오고, 공산펜션가든에서 막걸리 한 사발 하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은 좀 늑장을 부렸다.
피곤한 데다 막걸리를 좀 마셨더니 아침 일찍 일어나기가 영 귀찮다.
뭐 하루쯤 게으름을 피우는 것도 괜찮다.
천천히 일어나서 나주 영상테마파크를 한번 둘러보고는 최종 목적지인 목포를 향해 달린다.
유채꽃이 만발한 길가를 따라 쉬엄쉬엄 페달을 밟았다.
느러지 전망대로 가는 길은 영산강 자전거 종주 코스에서 가장 경사가 심했다.
끌바를 해야 할 정도는 아니지만, 댄싱으로 올라오면 좀 수월하다.
느러지 전망대를 지나 목포로 가는 길은 바람과의 싸움이다.
마주 부는 강바람 때문에 얼마 되지도 않는 거리가 마치 세상의 끝처럼 멀게만 느껴진다.
마침내 영산강 하굿둑 인증센터에 도착했다.
자전거 종주의 종착지라 완주의 기쁨을 만끽하는 사람들로 북적일 만도 한데,
궂은 날씨 탓인지 빨간 박스만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고 서있다.
아무튼, 이로써 종주가 끝났다.
다음날은 비금도에 가서 해변에 돗자리나 깔고 앉아서 편히 쉬려고 했었는데,
그 날이 여행 중에 가장 힘든 하루였다.
사실 여행이라는 건 귀찮음과 불편함. 고됨.
그리고 낯선것에 두려움 등이 한데 모인 종합 고난 세트 같은 거다.
그럼에도 굳이 짐을 꾸려 낯선 곳에 몸을 던지는 까닭은,
이 모든 것을 마주해야만 찾아오는 기쁨 또한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지 말고
싫어하는 사람도 만나지 마라.
사랑하는 사람을 보지 못함도 괴로움이고
싫어하는 사람을 보는 것도 괴로움이다.
법구경에 쓰인진 이 말을 달리 말하면,
사랑하는 사람을 보는 것은 기쁨이고,
싫어하는 사람을 보지 않는 것 또한 기쁨이다.
아무런 기쁨도 어떤 괴로움도 없는 평온함도 나쁘진 않겠지만,
여행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 괴로움을 감내하는 것이 나는 좋다.
영산강 자전거 종주 정보
볼거리
먹거리
잠자리
자전거 용어
- 점프 : 다른 교통수단에 자전거를 싣고 이동하는 것.
- 끌바 : 자전거에 타지 않고, 내려서 끄는 것.
- 댄싱 : 일어서서 체중을 좌우로 옮기며 자전거를 타는 방법. 주로 경사진 언덕을 오를 때 근육을 고르게 사용하여 피로도를 줄이기 위해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