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문화전
한 해에 두 번 공개되던 간송미술관 소장품. DDP로 마실나오다.
줄이 아주 길다.
사람들이 어떻게 알고 오는 건지, 아침부터 많은 사람이 성북동을 찾는다고 들었다.
정말 기다린 보람이 느껴지는 곳이란다.
간송 미술관.
기회 되면 언제 가봐야지 생각했지만, 언제 문을 여는지도 알아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작년 겨울에 우연히 기사를 하나 읽었다.
“간송 미술관 전시가 이례적으로 6개월간... 예정... 어쩌구. 저쩌구.”
6개월이라.
반년 동안 계속되는 전시라면, 게을방학을 즐기는 내게도 충분한 시간이다.
꼭 가봐야지. 마음만 먹었었다.
그 6개월짜리 전시가 얼마 전 문을 연 DDP에서 열린단다.
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는 자하 하디드라는 이스라엘 건축가가 설계했는데, 이 엄청난 규모의 DDP가 완공되기까지 두번 밖에 한국에 안왔다나?
그 건축가가 천재일지는 몰라도 한국에 별 애정은 없나 보다.
그래서인지 DDP 첫 방문에서 받은 느낌은 참 차가웠다.
아주 미래지향적이고 멋들어진 건물로, 마치 외계인 수용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무튼, 이 외계인 수용소. 코드명 DDP에선 개관기념 특별 기획전으로 간송미술관의 소장품을 전시한다.
토요일 아침부터 부지런히 왔는데, 아침부터 줄이 길게 늘어섰다. 사람들 참 부지런하다.
오전 10시에 문을 여는 간송문화전.
전시중인 미술품도 토요일은 늦잠자고 싶을 테니까 예의상 한 시간 늦게 갔다고, 12시까지 한시간을 기다렸다.
오후에 오면 아마 두 시간은 기다려야 들어갈 듯하니, 간송문화전을 보려면 문을 열기 전에 도착해서 조금 기다리고 관람을 시작하는 게 좋을듯하다.
미술작품을 보는 안목이 없는 일반인에게도 이 전시는 참 괜찮았다. 맨날 딸기잼만 먹다가 싱싱한 딸기를 먹는 기분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범인조차 고수의 풍모를 느끼지 않는가? 간송문화전에서 그런 고수 작품을 전시 중이다.
그런데 사람이 너무 많아 등 떠밀려 가며 보느라 찬찬히 감상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다음 전시에는 기필코 평일이나 이른 시각에 오리라.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이나 심사정의 촉잔도등 유명한 작품들이 전시 중이고 멋진 작품들이 많다.
허나 내게 가장 와닿는 작품은 정선의 수묵화 한점이었다.
제목은 ‘여행의 빡심.’
통천문암( 通川門岩)이라는 작품인데, 여행의 정수가 담겨있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 덕에 간송 문화전이 수묵화 한 점뿐인 전시라도 보러 올 가치가 충분한 전시라 느껴졌다.
대자연을 마주하면 우선 그 웅장함에 감탄이 터져나온다.
그리곤 자연 속에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르고 현실로 돌아온다.
‘아 저길 또 어떻게 넘나. 빡시다.’
통천문암에 그려진 동물과 사람 모두가 거대한 파도에 압도된 모습에서 그런 감탄과 두려움이 잘 느껴진다.
대자연의 신비와 마주할 때 가슴이 가득 채워지는 순간을 맛보았는가?
통천문암 여백 대부분이 파도로 채워졌다는 건 ‘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올 만한 파도를 마주쳤고, 가슴에 가득 담겼다는 소리리라.
저런 기가 막힌 경험을 할만한 곳은 보통 길이 험하고, 내가 뭘 하자고 이런 고생을 사서 하나 싶은 마음도 든다.
욕과 감탄사를 섞어가며 그 길을 지나고 나면, 내뱉었던 욕지거리는 다 잊어버리고, 그 길이 벌써부터 그립다.
그래서 뭐에 홀린 듯 다시 여행을 떠나게 되나 보다.
DDP에서 열리는 간송문화전은 2부로 나뉘는데, 1부는 03.21~06.15. 2부는 07.02~09.28 기간 동안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