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업도 백패킹
백패킹의 성지 굴업도.
가벼운 마음으로 배낭을 메고. 떠난다! 바다로 섬으로.
아침일찍부터 배를 타려고 모인 사람이 많다 부지런하다.
“안개때문에 배가 뜨지 못하니 한 시간 기다리세요.”
한 시간 쯤이야.
그게 두 시간 되고.
9시 배를 한 시까지 기다려 봐도 언제 떠날 지 기약이 없네.
부푼 기대를 안고 떠나려 했던 굴업도행이 천재지변으로 실패했다.
어떤 기대감에 발걸음을 돌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빠져나온다.
안타깝고 아쉽지만 어쩌랴. 다음을 기약해야지.
그로부터 몇 주가 흘러 다시 배낭을 짊어메고 인천연안여객터미널을 찾았다.
전날 비가와서 그런지 하늘이 맑다.
‘이번엔 가는건가?!’
덕적도에 내리자마자 배를 갈아타고 굴업도로 향한다.
굴업도는 홀수날은 덕적도에서 한시간이면 도착하는데, 짝수날 들어가려면 두시간도 더 걸리므로 홀수날 들어가서 짝수날 나오는게 좋으며,
당일 표를 구하기 쉽지 않으니 고려고속훼리(http://www.kefship.com)에서 승선권을 예매하면 좋다.
이번 캠핑은 사서 고생하지말고 쉬다오자는 생각으로 솔밭에 자리를 잡았다.
화장실과 샤워실이 갖추어진데다가 바닥이 푹신푹신하다.
낮잠자고 빈둥거리다가 저녁을 간단히 먹고, 해질녁에 개머리언덕을 오르니,
풀을 뜯던 사슴친구들이 처음보는 얼굴이라며 눈인사를 건넨다.
어디서나 해는뜨고 지겠지만 이곳에서 보는 석양이 유난히 아름다운 이유는 무얼까?
인기 좋은 개머리언덕에 알록달록 텐트 마을 구경하고 발걸음을 돌린다.
바람도 불지 않는 고요한 바다.
밤하늘에 별을 안주삼아 맥주 한 잔 하고, 일찌감치 잠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에 눈을 뜨니 다시 개머리 언덕에 오르고 싶다.
왜 개머리 언덕일까? 문득 궁금한 생각이 든다.
강아지풀이 엄청나게 많은데 그래서 개머리 언덕일까?
아침공기가 상쾌하다.
일찍 산책을 나온 누군가는 바위에 앉아 조용히 바다를 바라보며 아침을 맞고 있다.
좋구나.
나도 잠시 서서 바다를 바라보고는 지나온 길을 되돌아 내려왔다.
아침해가 바다를 비춘다.
개머리 언덕.
별 특이할 것 없는 이 작은 언덕에 굴업도란 섬으로 사람을 불러 모으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장할머니네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다.
소박한 반찬에 도토리묵은 특히 맛이 좋다.
짐을싸고 천천히. 선착장으로 걸었다.
굴업도 선착장 근처에 배낭을 내려놓고 잠시 앉아 파도치는 소리를 듣고 앉아있으니 얼마 안되어 배가 도착한다.
안녕 굴업도.
그리울꺼야.
그냥 돌아가긴 아쉬워 덕적도에서 하루 더 묵어가기로 결정했다.
횟집에서 회를 포장하고, 구멍가게에서 삼천원이나 하는 청하도 한 병 샀다.
성수기가 지난 서포리 해수욕장은 참 쾌적하다.
사람도 많지 않아 다른 팀과 바짝 붙어 자리를 잡을 필요가 없고,
널찍하게 자리를 잡고 놀면 된다.
맨발로 모래를 밟고 걷는 느낌이 좋다.
이젠 곧 추워져서 양말로 발을 꽁꽁 싸서 다녀야 되겠지만,
틈만나면 나는 맨발로 걷길 좋아한다.
또한 꾸밈없이 맨얼굴로 있기도 좋아한다.
그리고 이런 소박함으로 나누는 대화는 더욱 좋다.